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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소설

[소설 리뷰] 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 - 우타노 쇼고(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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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살인을 출제하고 추리를 플레이하는 광기의 가상 스튜디오 — 《밀실살인게임》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은 '본격 미스터리를 위한 본격 미스터리'라는 극단적인 장르적 유희를 추구한 기념비적인 수작이다. 도덕과 윤리가 완전히 거세된 공간에서 오직 '지적 유희'만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퀴즈로 출제하는 다섯 명의 살인마들. 이 기괴하고 신선한 발상 위에서 펼쳐지는 정교한 트릭의 향연은 독자들에게 짜릿한 충격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한국과 일본의 문화 및 정서적 차이로 인해 번역본을 읽는 해외 독자들에게는 아쉬운 장벽을 남기기도 한다.

 

줄거리

 

마음 단단히 먹고 우타노 쇼고가 펼치는
본격의 정수를 실컷 즐겨라!

[두광인], [044APD], [aXe], [잔갸 군], [반도젠 교수]. 이 기묘한 닉네임의 인물 다섯 명이 인터넷상에서 모여 살인 추리게임을 한다. 범인을 맡은 사람이 지혜를 짜내 불가사의한 살인 이야기를 만들어 공개하고, 탐정을 맡은 네 명이 머리를 굴려 수수께끼를 푼다. 해답은 단서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어림짐작으로 내놓은 해답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들이 벌이는 게임은 기존의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와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들은 가상의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살인은 전부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그들 자신의 손으로 이미 실행을 끝낸 사건이다.

각각의 꼭지 - Q1 다음은 누구를 죽일까요?, Q2 추리게임의 밤은 깊어가고, Q3 잘린 머리에게 물어볼래?, Q4 호치민-하마나코 호수 5천 킬로미터의 벽, Q5 구도자의 밀실 등 - 가 한 편의 단막극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사이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등장인물은 모두 트릭과 수수께끼만을 위해 배치된 장기의 말과 같다. 참고로, 작품명 중 ‘왕수비차잡기’는 일본 장기에서 왕과 비차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놓는 한 수를 가리킨다. 트릭을 풀 수 있는 단서도 본문에서 충분히 제공하고 있어 독자 역시 탐정이 되어 이 추리게임을 즐길 수 있다.


​1. 장점: 살인마들의 온라인 추리 정기 모임이라는 신선한 발상


​이 작품의 가장 독보적인 매력은 서사를 이끌어가는 독창적인 프레임에 있다.
​**'두광인'**을 비롯해 저마다 독특하고 기괴한 닉네임을 쓰는 5명의 네티즌이 화상 채팅방에 모여 퀴즈 게임을 벌인다. 놀랍게도 그들이 출제하는 문제는 가상의 퀴즈가 아니라, **자신들이 현실에서 직접 실행한 진짜 '살인 사건'**이다. 완벽한 밀실을 만들고, 알리바이를 조작한 뒤 라이브로 동료들에게 "자, 내가 어떻게 죽였게?"라며 문제를 던지는 이 사이코패스적인 연출은 시작부터 강렬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하나의 거대한 줄기 안에서 여러 개의 단편 미스터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범인들이 서로의 트릭을 깨부수기 위해 다중 추리를 펼치는 구조는 장르적 쾌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2. 장점 2: 매너리즘을 깨부수며 반짝이는 신선한 트릭들


​"문제를 내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극단적인 설정에 걸맞게, 작중 출제되는 트릭들의 퀄리티 역시 무척 훌륭하다. 고전적인 밀실의 재해석부터 고정관념을 뒤트는 참신한 알리바이 트릭까지,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환호할 만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살인의 동기나 인간적인 고뇌를 과감히 생략한 채 오직 '논리와 트릭'이라는 본격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에만 올인한 작가의 뚝심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3. 아쉬운 점: 번역과 정서의 장벽에 부딪힌 로컬라이징의 한계


​작품의 뛰어난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독자로서 완벽하게 몰입하기 어렵거나 결말의 감흥이 반감되는 명확한 '로컬 장벽'이 존재한다.
​우선 첫 번째 사건에 등장하는 **'열차 시각표(다이어그램) 트릭'**이 아쉽다. 일본 현지의 복잡한 철도 시스템과 노선, 구체적인 열차 시간대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짜여 있다 보니, 일본 교통 상황을 잘 모르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트릭의 치밀함이 피부로 와닿기보다 낯선 시각표의 나열로 다가와 초반 몰입감을 다소 떨어뜨린다.
​더 큰 아쉬움은 소설의 백미인 **'마지막 반전'**에서 찾아온다. 결말부에서 모든 판을 뒤흔드는 핵심 반전은 원어(일본어) 환경이 가진 고유의 뉘앙스와 정서를 영리하게 이용한 정교한 서술 트릭이다.
​그러나 언어적 성격과 호칭 문화가 완전히 다른 한국어 특성상, 국내 번역본에서는 이 결정적인 진상을 마지막까지 숨기기 위해 일상 대화에서 잘 쓰이지 않는 지극히 어색하고 우회적인 표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책을 읽는 한국 독자들은 전개 과정에서 텍스트 자체의 기묘한 이질감을 먼저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원어민 독자들이 자연스러운 서사 흐름 속에서 맞이했을 폭발적인 반전의 소름과 전율을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낳는다. 번역의 한계라기보다는 두 국가의 정서와 언어가 가진 태생적 차이에서 오는 장르적 아쉬움이다.


​총평: 호불호 속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장르적 유희의 절정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은 철저하게 본격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지적 카타르시스를 위해 설계된 영리하고 위험한 놀이터다.
​해외 독자로서 마주해야 하는 일본 철도 시각표의 생소함이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특정 묘사의 어색함이 반전의 타격감을 살짝 무디게 만들지언정, **'두광인'**을 비롯한 살인마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퀴즈를 푼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신선한 트릭들의 생동감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장르의 규칙을 극한으로 밀어붙였을 때 어떤 괴물 같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미스터리 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유니크한 마스터피스다.


​한 줄 요약: 살인을 퀴즈로 내는 온라인 하드코어 추리 게임. 현지 열차 시각표의 낯설음과 양국 언어·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결말부 트릭의 이질감은 아쉽지만, 발상의 신선함만큼은 독보적인 수작.

 

개인적인 평점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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