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적/소설

[소설 리뷰] 신게임 - 마야 유타카(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7. 7.
반응형

 

※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정답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수는 문제작 — 《신게임》

​작품이 끝난 후 독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소설이 있다. 결말의 모호함이나 파격성 때문에 "대체 범인이 누구냐"라는 논란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신게임》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단순히 '범인 찾기'라는 일차원적인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작가가 숨겨놓은 진짜 매력을 놓치기 쉽다. 이 책이 던지는 진정한 가치는 명확한 정답의 제시가 아니라, 독자의 이성을 뒤흔드는 묵직한 '질문'에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

작은 마을을 휩쓴 연쇄 고양이 학살사건. 아이들의 세계에도 불안이 스며들고, 초등학교 4학년인 요시오는 친구들과 탐정단을 꾸려 범인 찾기에 나선다. 한편, 수수께끼의 전학생 스즈키는 “나는 신(神)이야”라고 털어놓고, 이것이 도시에서 유행하는 ‘신 게임’이라고 여긴 요시오는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이것저것 묻기 시작한다. 스즈키는 고양이들을 죽인 범인의 이름부터 요시오의 앞날까지 거침없이 대답하지만,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신은 전지전능하지만 친절하진 않은 모양이다. 한편, 진실에 다가가는 탐정단을 비웃듯 또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이것은 장난일까, 계시일까? 그는 정말로 신일까? 그가 신이 아니라면, 이처럼 잔혹한 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답’이 주어진 기묘한 추리는 순수와 악의, 도덕과 비도덕, 그리고 ‘진실’이 한데 뒤엉킨 심연을 향해 곧장 나아간다.


​1. 범인의 정체보다 중요한 것: '유일한 해답'에 대한 의문

​많은 독자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범인이 A인가 B인가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범인의 이름이 아니다. 작가가 의도한 핵심은 **"소설이 보여준 결말과 단서들이 과연 유일한 해답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행위 자체에 있다.
​작가는 친절하게 모든 정답을 떠먹여 주는 기존 미스터리의 공식을 과감하게 거부한다. 겉으로 드러난 진상과 텍스트의 표면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혹은 우리가 '해답'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결말 뒤에 또 다른 서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독자는 텍스트라는 닫힌 세계를 넘어, 작가가 짜놓은 판 자체를 의심하는 기묘한 지적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2. 논란을 명작으로 승화시키는 독자 참여형 플롯

​결말에 대한 논란은 결코 이 소설의 결함이 아니다. 오히려 독자가 능동적으로 서사에 개입하게 만드는 정교한 장치다.
​책에 담긴 단서들을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결말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이 단순한 활자의 기록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력과 논리가 더해져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진짜 게임'임을 증명한다. 완결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데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하나의 텍스트를 두고 수십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파격을 선보인다.

​총평: 책장을 덮는 순간,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신게임》은 미스터리 장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발칙하고 도전적인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다. 명쾌하고 깔끔하게 닫히는 결말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당혹감을 안겨줄 수 있지만, 장르의 변주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놀이터가 없다.
​"과연 당신이 본 것이 진실인가?"라는 작가의 짓궂으면서도 날카로운 질문. 범인이 누구인지 쫓는 서툰 탐정이 되기보다, 작가가 던진 의문의 실체를 고민하게 만드는 웰메이드 문제작이다. 결말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텍스트의 한계를 시험한 독보적인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 줄 요약: 범인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제시된 결말이 과연 '단 하나의 진실'인가를 되묻는, 독자의 이성을 도발하는 영리한 미스터리.

 

개인적인 평점

★★★★★★★★  (8/1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