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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소설

[소설 리뷰/서평]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가모사키 단로(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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ㅏ사키 단로

 

※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밀실이 곧 면죄부가 되는 세상, 기발한 껍질 속 평이한 알맹이 — 《밀실황금시대의 살인》

가모사키 단로의 《밀실황금시대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의 고전적인 클리셰인 '밀실'을 현대적인 감각과 기발한 법적 판타지로 재조명한 이색적인 본격 미스터리다. "현장 밀실의 트릭을 완벽하게 규명하지 못하면 판사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독창적인 세계관은 장르의 고질적인 의문인 '왜 굳이 밀실을 만드는가'에 대한 가장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다. 작가가 작정하고 설계한 다채로운 밀실 트릭들이 지적인 유희를 자극하지만, 기발한 설정에 비해 극을 이끌어가는 서사적 흡인력은 다소 평이하게 전개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줄거리


삼 년 전, 한 살인 사건에서 용의자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유는 현장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밀실이라는 것.
그 판결을 시작으로 세상에는 밀실살인이 유행처럼 퍼지고,
이윽고 밀실 마니아들의 성지인 설백관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살인 현장은 매번 새로운 트릭을 이용한 밀실.
범인을 찾아내려면 모든 밀실의 트릭을 풀어야 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구즈시로와 미쓰무라는
삼 년 전 세상을 바꾼 그 밀실 트릭이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2. 장점 2: 작가의 오랜 고뇌가 빛나는 다채로운 밀실 트릭의 성찬
작가가 예전부터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세공해 왔을 법한 기발한 밀실 트릭들이 이야기 곳곳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친다.


1. 장점: "풀지 못하면 무죄", 밀실의 당위성을 확립한 기발한 세계관


이 작품의 가장 독보적인 성취는 미스터리 장르의 메타적인 규칙을 세계관의 뼈대로 정립했다는 점에 있다.

본격 추리물에서 '밀실'은 늘 비현실성과 억지스러움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세상에서는 밀실 살인이 곧 사법 제도의 틈새를 파고드는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 된다. 검경이 트릭을 해독하지 못하면 어떤 심증이 있더라도 기소할 수 없는 법적 정당성이 주어지기 때문에, 범인들은 저마다의 기발한 발상으로 밀실을 만드는 데 목숨을 건다.

왜 밀실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이 영리한 설정은, 본격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 세계관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흥미와 몰입감을 선사한다.

2. 장점: 작가의 오랜 고뇌가 빛나는 다채로운 밀실 트릭의 성찬

작가가 예전부터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세공해 왔을 법한 기발한 밀실 트릭들이 이야기 곳곳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소설은 단순한 일회성 밀실에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메커니즘과 물리적·논리적 인과관계를 지닌 다양한 형태의 밀실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선보인다. 오직 트릭을 짜 맞추고 해체하는 논리 싸움 자체에 집중하는 작가의 정성이 매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묻어난다. 마치 클래식한 밀실 황금시대의 명작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압축해 놓은 듯한 밀실 트릭의 성찬은 본격 추리의 원초적인 손맛과 지적 쾌감을 갈망하던 독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3. 아쉬운 점: 기발한 설정과 트릭의 빛을 바래게 만드는 평이한 서사


설정과 기믹의 참신함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이를 담아내고 이끌어가야 할 드라마와 스토리라인의 평이함은 더욱 짙은 대조를 이루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밀실 트릭의 구현과 해설에 지나치게 분량을 할애한 탓에, 인물들의 개성이나 감정선, 사건들 사이를 잇는 서사적 개연성은 다소 헐겁고 전형적인 구조에 머무른다. 인물들이 평면적으로 소모되거나 갈등이 손쉽게 봉합되는 전개는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트릭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는 뛰어나지만 소설로서의 유기적인 플롯이나 묵직한 서사적 재미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밋밋하고 평이한 흐름으로 느껴질 여지가 크다.

 


총평: 기발한 무대 장치와 아쉬운 드라마의 기묘한 공존


가모사키 단로의 《밀실황금시대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의 본질적인 낭만을 현대적인 사법 시스템과 결합해 낸 기발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토리와 연출이 다소 평이하고 전형적이어서 서사적인 여운이나 긴박감이 덜하다는 한계는 뚜렷하지만, "밀실 증명 실패 = 무죄"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장르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다채로운 트릭을 선보인 솜씨만큼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흠잡을 데 없는 서사보다는 참신한 콘셉트와 정통 밀실 트릭의 순수한 재미를 최우선으로 선호하는 본격 마니아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웰메이드 콘셉트 미스터리다.


한 줄 요약: 밀실을 풀지 못하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매력적인 법적 세계관과 다채로운 트릭의 향연은 훌륭하지만, 이를 받쳐주는 전반적인 이야기 전개와 인물 서사는 다소 평이하게 느껴져 장르적 대비를 이루는 콘셉트 본격 미스터리.

 

개인적인 평점

★★★★★★★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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