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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소설

[소설 리뷰/서평]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 - 아쓰카와 다쓰미, 샤센도 유키(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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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두 천재 작가의 지적인 난투극, 기획의 파격 뒤에 남은 완성도의 딜레마 —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


1. 들어가는 말: 본격 미스터리의 젊은 기수들이 마주 앉은 결투장


《홍련관의 살인》,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등을 통해 정교한 본격 논리와 인물 간의 심리적 밀도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아쓰카와 다쓰미. 그리고 《낙원은 탐정의 부재》 등에서 섬세한 감정선과 날카롭고 도발적인 미스터리 설계를 선보여온 샤센도 유키. 현대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젊은 기수가 하나의 제목 아래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장르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고전 미스터리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문구인 '독자에게 바치는 도전장'을 연상시키는 제목, 그리고 〈수조성의 살인〉과 〈흔한 잠〉이라는 매혹적인 두 편의 중단편. 독자들은 당연히 두 작가가 공조하여 독자의 두뇌를 시험하는 가장 정교하고 우아한 퍼즐을 내밀었을 것이라 기대하며 책장을 열게 된다.

그러나 책의 내막을 따라갈수록 마주하게 되는 것은 독자를 향한 정갈한 초대장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악의와 재치를 한데 뭉쳐 던져댄, 두 작가 사이의 살벌하고 치열한 '지적 난투극'의 결과물이다.

 

2. 줄거리

<수조성의 살인>

이웃집 부부가 함께 여름 휴가를 나오고 그들은 핫플인 수조성에 머문다. 그렇게 유유히 물놀이는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어느 날,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고 그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맥주병, 폭 10미터인 수조를 건너야만 빠져나올 수 있는 밀실. 범인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흔한 잠>

주인공 단나이 가즈히사에게는 외모도 뛰어나고 미술 재능도 타고났으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여동생 단나이 지유리가 있다. 그런 동생에게 열등감과 질투를 느낀 가즈히사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여동생을 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예대 입시를 치른다며 도쿄에 오고, 가즈히사의 집에 머무른다. 그리고 그날, 가즈히사가 근무하는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살인 현장에서 잠을 자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살인 현장에서 잠을 잤을까?

3. 장점: 두 작가의 개성이 맞부딪히며 뿜어내는 기획의 유쾌함과 에너지

이 작품집이 지닌 가장 선명한 매력은 단연 아쓰카와 다쓰미와 샤센도 유키라는 두 걸출한 이야기꾼이 서로의 스타일을 정면으로 충돌시키며 빚어낸 실험적 에너지에 있다.

〈수조성의 살인〉: 거대한 수조와 기괴한 구조물이 얽힌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클래식하고 묵직한 본격의 무대를 배경으로, 탈출 불가능해 보이는 절체절명의 수수께끼를 펼쳐 보인다.

〈흔한 잠〉: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과 미세한 심리 및 행동 패턴의 사각지대 속에서 벌어지는 날카롭고 기이한 상황을 통해 두뇌 싸움의 텐션을 극대화한다.

두 작품 모두 출발선에서 제시되는 수수께끼의 농도가 대단히 짙고 자극적이다. 한쪽이 특유의 장기인 집요한 상황 설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무대를 세워놓으면, 다른 한쪽은 자신의 장기인 번뜩이는 순발력과 논리적 비틀기를 통해 벼랑 끝에 몰린 서사를 기어코 돌파해 낸다.

단순히 완성된 정답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두 작가가 서로의 허를 찌르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으며 텍스트 위에서 벌인 치열한 수싸움의 흔적을 엿보는 재미는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오락적 묘미다.

4. 아쉬운 점: 기획의 파격이 필연적으로 낳은 '완성도'의 태생적 한계

그러나 아쓰카와 다쓰미라는 작가의 빈틈없는 논리성과 치밀한 플롯 구성을 깊이 신뢰해 온 독자라면, 이 소설집이 남긴 완성도와 개연성의 헐거움에 깊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설의 제목이 가리키는 대상이 '독자'가 아니라 '서로(상대 작가)'에게 맞춰져 있는 구조적 특성상, 작품은 필연적으로 '기획의 재미가 소설 자체의 완성도를 갉아먹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한쪽 작가가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자기도 쉽게 풀 수 없는 극단적이고 무리한 난제를 던져놓고 "어디 한번 풀어봐라"라며 짐을 떠넘기는 형태가 되다 보니, 이를 받아 든 상대 작가 역시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들 뾰족한 논리적 묘수를 완벽하게 짜내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그 결과, 도입부에서 잔뜩 부풀려 놓았던 불가능 상황의 거대한 긴장감에 비해, 후반부에 제시되는 해결 편의 트릭과 진상은 억지스러운 우연이나 다소 작위적인 타협점에 기대어 서둘러 매듭지어지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정교하게 세공된 걸작 미스터리를 읽는 지적 쾌감 대신, "결국 상대가 던진 억지 문제를 수습하느라 트릭이 이렇게밖에 나올 수 없었구나"라는 허탈한 뒷맛을 보게 된다. 두 작가의 이름값에 걸맞은 단단한 완성도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태생적 한계가 짙게 묻어나는 아쉬운 대목이다.


5. 총평: 걸작의 깊이보다는 '작가의 유희'로 즐겨야 할 이벤트성 소품

아쓰카와 다쓰미와 샤센도 유키의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현대 본격 미스터리의 최전선에 선 두 젊은 작가가 펼친 가장 대담하고 유쾌한 지적 배틀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추리 문법을 벗어나 서로에게 극한의 문제를 던지고 돌파해 나가는 파격적인 기획력과 창작의 역동성은 장르 팬들에게 색다른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지만 서로를 시험하기 위한 무리한 난제 떠넘기기가 낳은 트릭의 작위성과 헐거운 완성도는, 아쓰카와 다쓰미의 단독 장편들이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논리적 카타르시스를 대신하기엔 역부족이다.

치밀하고 완벽한 걸작을 기대하기보다는, 두 작가가 장르라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두뇌 싸움을 벌인 흥미진진한 '이벤트성 단막극'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그 맛을 너그럽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소품이다.


한 줄 요약: 아쓰카와 다쓰미와 샤센도 유키가 서로에게 난제를 던지며 맞붙은 지적 배틀 기획은 대단히 유쾌하고 신선하지만, 무리한 상황 떠넘기기가 필연적으로 낳은 트릭의 작위성과 헐거운 완성도가 짙은 아쉬움을 남기는 합작 소품.

 

개인적인 평점

★★★★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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