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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소설

[소설 리뷰] 유리탑의 살인 - 치넨 미키토(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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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본격 미스터리 팬들을 위한 완벽한 종합 선물세트 — 《유리탑의 살인》


​현직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치넨 미키토가 선보인 《유리탑의 살인》은 장르의 본질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그 장르를 열렬히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이다.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고전 명작들의 잔상이 겹쳐지며, 본격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줄거리

 

유명한 의학 연구자이자 대부호이며,
열혈 미스터리 마니아인 코즈시마 타로가 만든 저택, ‘유리관’.
깊은 산 속에 있는 유리탑 모양의 이 기묘한 저택에 개성 가득한 손님들이 초대된다.
명탐정, 형사, 영능력자, 미스터리 소설가, 잡지 편집자 등…….
그중 의사인 이치조 유마는 코즈시마를 살해할 음모를 꾸민다.
계획은 성공적으로 실행된 것처럼 보였으나
명탐정 아오이 츠키요는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한다.
설상가상으로 저택은 고립되고,
밀실에서 살인이 연이어 일어나는데…….


​1. 신본격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리한 오마쥬의 성찬


​이 소설은 시작부터 본격 미스터리의 황금기와 일본 신본격 시대를 이끈 거장들의 발자취를 노골적이고도 영리하게 따라간다.
​총 12층의 기괴한 유리탑이라는 '관(館) 시리즈'풍의 폐쇄된 무대, 고립된 상황, 그리고 탑의 주인인 억만장자 의사가 수집한 추리소설 컬렉션까지. 아야츠지 유키토나 엘러리 퀸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단번에 알아채고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클리셰들이 곳곳에 지뢰처럼 매설되어 있다. 작가는 이러한 고전적 장치들을 단순한 복제를 넘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아주 세련되게 재포장해 냈다.

​2. '약간 맛이 간 듯한' 명탐정, 아오이 츠키요의 독보적인 매력


​이 작품의 흡인력을 하드캐리하는 일등 공신은 단연 **자칭 명탐정인 '아오이 츠키요'**다. 진중하고 지적인 기존의 탐정상과 달리, 그녀는 추리소설에 지나치게 절여진 나머지 현실 감각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약간 맛이 간 듯한' 괴짜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참혹한 살인 사건 현장에서도 슬퍼하기는커녕 "드디어 내 앞에 밀실 살인이 나타났다!"며 눈을 반짝이고 환호하는 츠키요의 기행은 기가 차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긴다. 미스터리 장르의 광적인 헤비 독자를 그대로 소설 속에 박아 넣은 듯한 이 황당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는, 자칫 무겁고 딱딱해질 수 있는 고립 서사에 특유의 활력과 예측 불가능한 유머를 불어넣는다.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근래 보기 드문 독보적인 명탐정 캐릭터다.


​3. 뻔한 규칙을 신선하게 뒤트는 클리셰 파괴의 묘미


​명탐정 츠키요를 비롯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스로가 추리소설의 규칙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스터리 마니아들이다. 덕분에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 이런 인물이 먼저 죽지", "이건 전형적인 밀실 트릭의 조건이잖아"라며 작중 인물들이 직접 장르의 법칙을 논하는 재치 있는 메타비평적 재미를 준다. 독자는 익숙한 공식 안에서 안도하다가도, 작가가 심어놓은 영리한 뒤틀기와 변주에 발등을 찍히며 기분 좋은 충격을 받게 된다.


​총평: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가장 화려한 축제


​《유리탑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가진 순수한 매력—'독자와 작가의 공정하고도 지적인 게임'—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웰메이드 추리 극이다.
​만약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라면 몰입감 넘치는 페이지 터너로 즐길 수 있고, 오랜 장르의 팬이라면 작가가 숨겨놓은 수많은 이스터 에그와 더불어 '선 넘는 맑은 눈의 광인' 같은 탐정 아오이 츠키요의 추리 쇼를 보며 전율할 수 있다. 본격 미스터리의 전통적인 맛을 지키면서도 결코 진부하지 않은 신선함을 유지하는, 책장을 덮는 순간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겨주는 멋진 선물이다.


​한 줄 요약: 아야츠지 유키토를 향한 찬란한 오마쥬. 추리소설에 미쳐버린 탐정 '아오이 츠키요'의 매력과 본격 미스터리의 클리셰를 영리하게 뒤흔든 마니아들의 축제.

 

개인적인 평점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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