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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소설

[소설 리뷰] 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 오승호(고 가쓰히로)(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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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불완전한 인간들이 맞서는 광기의 수수께끼 — 《폭탄》

​오승호 작가의 《폭탄》은 서점대상 후보작이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하며 평단과 독자를 동시에 사로잡은 압도적인 케이퍼(범죄) 스릴러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 다발적으로 장치된 폭탄, 그리고 오직 수수께끼를 통해서만 힌트를 주겠다는 기괴한 범인과의 지략 싸움은 숨 막히는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지닌 진짜 위력은 정교한 폭탄 테러의 규모감보다, 그 재앙에 맞서는 인간들의 지독하리만치 현실적인 '불완전함'에 있다.

 

줄거리

딘지 어수룩한 분위기의 중년 남자, 밤톨 머리, 퉁퉁한 몸에 축 늘어진 볼, 술배가 튀어나온 볼품없는 외모에 줄곧 실실거리기만 하는 얼빠져 보이는 남자가 작은 상해 사건을 일으켜 경찰서에 들어간다. 그 남자, 스즈키 다고사쿠는 조사를 받던 중 뜬금없이 10시에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폭발이 일어날 거라고 예언하지만 경찰은 그것을 술주정뱅이의 허언쯤으로 가볍게 받아넘긴다. 그러나 예언대로 실제 폭발이 일어난다. 그러자 안색이 달라진 형사들 앞에서 스즈키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예언한다. “지금부터 총 3회, 이다음에는 한 시간 후에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제한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폭탄 살인마와 경찰의 치열한 두뇌싸움.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경찰은 폭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1. 절대선은 없다: 결함투성이 인간들이 자아내는 묘한 인간미

​이 작품이 여타의 수사물과 궤를 달리하는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경찰 조직과 탐정을 결코 '절대선'이나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경찰들은 저마다 어두운 상처나 결함, 이기심을 품고 있다. 심지어 이 세계관에서 가장 뛰어난 직관과 수사력을 지닌 최고 에이스 형사조차도, 과거의 불미스러운 사건과 도덕적 결함으로 인해 결국 형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비극적인 서사를 걷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몰락과 결핍 덕분에 소설은 더욱 진한 생동감을 얻는다. 완벽한 천재가 단숨에 사건을 해결하는 대신, 상처받고 흔들리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꾸역꾸역 진실을 향해 발을 내딛는 과정은 독자에게 기묘한 응원의 마음과 묵직한 인간미를 느끼게 만든다.


​2. 광기 너머의 서사: 맹목적인 악인이 아닌, '이유 있는 범인'

​체포된 뒤 실실 웃으며 경찰들의 신경을 긁는 범인 '스즈키'는 초반에 그저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정신 나간 광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고 폭탄의 위치를 추적할수록, 작가는 스즈키가 왜 이런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내면의 지옥을 서서히 드러낸다. 맹목적인 악이나 단순한 사이코패스 수식어로 규정할 수 없는, 사회의 외면과 개인의 비극이 낳은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소설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찌르는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로 확장된다. 범인의 서사에 설득력이 부여되면서, 경찰과 범인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거대한 인간성의 충돌로 격상된다.


​아쉬운 점: 해외 독자에게는 다소 높은 '도쿄 지리'의 진입장벽


​작품 자체의 완벽한 텐션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해외 독자들에게는 물리적인 몰입을 방해하는 뚜렷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작중 폭탄이 설치되는 장소들은 도쿄의 실제 지명과 복잡한 거리 구획을 기반으로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 일본 현지 독자라면 지명만 듣고도 "거기라면 유동 인구가 엄청난 곳인데!", "그 루트라면 동선이 꼬이는데?"라며 즉각적인 위기감과 공간감을 느끼겠지만, 도쿄의 지리를 세부적으로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그저 낯선 고유명사의 나열로 다가올 뿐이다. 장소성이 주는 긴박함이 100% 와닿지 않아 스릴러 특유의 속도감에 가끔 제동이 걸리는 지점은 로컬라이징 미스터리가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다가온다.


​총평: 폭탄보다 더 뜨겁게 폭발하는 인간 군상의 드라마


​오승호의 《폭탄》은 활자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시각적 긴장감과 심리전을 선사하는 웰메이드 스릴러다. 도쿄 지리라는 사소한 장벽이 존재하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서사의 흡인력이 압도적이다.
​가장 우수한 자가 추락하고, 남겨진 부서진 인간들이 머리를 맞대어 거대한 광기에 맞서는 이야기. 폭탄의 타이머가 째깍거리는 소리 속에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것은 트릭의 화려함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선 인간들의 가장 처절하고도 진솔한 뒷모습이다.


​한 줄 요약: 영웅도 절대선도 없는 불완전한 경찰들의 처절한 폭탄 추적기. 지리적 거리감의 아쉬움을 단숨에 씹어 삼키는 압도적인 캐릭터 플레이와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

 

개인적인 평점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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