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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소설

[소설 리뷰] 매미 돌아오다 - 사쿠라다 도모야(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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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기묘한 생태학적 수수께끼 속, 인간을 향한 가장 다정한 시선 — 《매미 돌아오다》


​곤충과 식물의 생태를 미스터리의 정교한 뼈대로 삼아 2021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거머쥔 사쿠라다 도모야의 《매미 돌아오다》. 이 작품은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살인이나 범인 찾기의 두뇌 싸움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는 궤를 달리한다. 겉보기엔 그저 엉뚱한 곤충 오타쿠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탐정 '에리사와 센'이 사건 이면에 숨겨진 진짜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서정적이고 독창적인 단편집이다.

 

줄거리

이 책은 아래 다섯가지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매미 돌아오다

16년 전, 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실종된 소녀의 유령을 목격한 청년의 이야기. 재해의 흔적이 남은 마을을 다시 찾은 그들은 해묵은 진실과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마주한다.

염낭거미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상해 사건.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두 사건의 연관성을 발견하면서 일상의 틈에 숨겨진 진실 또한 서서히 드러나는데….

저 너머의 딱정벌레

외국인 청년이 관광지에서 의문사한다. 희미한 단서를 좇으며 인간의 악의와 진심을 포착하는 에리사와 센. 그것은 정말 사고였을까.

반딧불이 계획

한밤중에 사라진 과학잡지 작가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사건들. 빛나는 것은 모두 아름다울까?

서브사하라의 파리

이름조차 낯선 ‘버림받은 열대 질환’ 아프리카 수면병. 그러나 세상에는 절망할지언정 포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1. '아아이치로'의 계보를 잇는, 약간 나사 풀린 매력의 탐정 '에리사와 센'


​이 작품의 유니크한 매력을 완성하는 일등 공신은 단연 탐정 에리사와 센이다. 그는 일본 미스터리의 전설적인 괴짜 탐정인 '아아이치로'를 연상케 하는 인물로,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린 듯 어수룩하고 곤충 생각밖에 없는 엉뚱한 청년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탐정으로 전혀 신뢰하지 않지만, 에리사와 센은 인간의 잔인한 악의 대신 자연계 속 곤충이나 식물의 본능적인 생태를 관찰하듯 사건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곤충의 기이한 습성과 인간의 기묘한 행동 방식이 그의 독특한 논리를 통해 정교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과정은, 기존의 전형적인 명탐정 캐릭터에 질려 있던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2. 왓더닛(What-done-it)이 자아내는 기묘하고 지적인 묘미


​이 소설은 "누가 범인인가"를 알아내는 것보다 "대체 왜 이런 기묘한 일(상황)이 벌어졌는가"라는 왓더닛의 묘미가 극대화된 작품이다.
​작중 인물들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기괴한 수수께끼를 남긴다. 에리사와 센은 이를 인간의 얄팍한 계산으로 섣불리 재단하지 않고, 끈기 있게 그 행동의 실체와 동기를 추적한다. 곤충의 생태와 인간의 서사를 영리하게 엮어내어 왓더닛의 해답을 제시하는 작가의 기교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3. 날카로운 논리 아래 굳건히 깔린 '따뜻한 마음'


​그러나 《매미 돌아오다》가 가진 가장 독보적인 가치는 수수께끼가 풀린 뒤 찾아오는 묵직한 온기다. 사건의 내막을 한 꺼풀 벗겨내면, 그 안에는 잔혹한 악의나 파괴 충동 대신 인간이 인간을 향해 품을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서툰 마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상처받은 이들을 조용히 지켜주려 했던 마음, 차마 말로 전하지 못해 행동으로 굳어버린 애정 등 미스터리의 저변에 흐르는 인간애가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탐정 에리사와 센 역시 범인을 차갑게 단죄하거나 자신의 명석함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숲을 거닐듯 인물들의 슬픔과 사연을 포용하고 위로해 줄 뿐이다. 이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이 작품을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감동적인 드라마로 격상시키는 진짜 매력이다.


​총평: 차가운 미스터리의 틀 안에 피어난 아름다운 온기


​《매미 돌아오다》는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얼마나 다정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증명해 준 걸작이다.
​'아아이치로'의 오마쥬가 느껴지는 에리사와 센의 캐릭터성도 훌륭하고,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감정을 영리하게 직조해 낸 왓더닛의 서사도 훌륭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서정적인 여운과 위로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자극적이고 잔인한 트릭에 지친 독자들에게, 숲속의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 같은 구원이 되어줄 웰메이드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한 줄 요약: 아아이치로의 계보를 잇는 엉뚱한 탐정 에리사와 센의 활약. 기묘한 행동의 실체(왓더닛)를 추적한 끝에 마주하는, 사람을 향한 가장 다정하고 따뜻한 온기.

 

개인적인 평점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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