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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소설

[소설 리뷰/서평] 끝없는 살인 - 니시자와 야스히코(미스터리/추리소설)

by 김진격 202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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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지독한 굴레가 선사하는 전율, 그리고 허술한 논리가 남긴 아쉬움 — 《끝없는 살인》

 

1. 들어가는 말: 독창적 신본격의 거장이 던진 기이한 수수께끼

SF적 설정과 독창적인 본격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국내외 많은 팬층을 보유한 작가 니시자와 야스히코. 그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참신한 전제와 예상치 못한 기믹으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다. 《끝없는 살인》 역시 이러한 작가의 장기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의문의 사건을 복기하고 진상을 추적하기 위해 모인 인물들이 각자의 가설을 제시하는 다중추리 구조를 전면에 내세운다.

소설은 사건의 주변인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겹겹이 싸인 사건의 내막과 복선을 배치하며 독자로 하여금 진상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 순간, 비로소 "왜 이 소설의 제목이 《끝없는 살인》이어야만 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참혹한 해답을 내놓으며 독자에게 지독하고 서늘한 소름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결말부의 전율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리 공방전 과정은 본격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다소 아쉬운 완성도를 노출한다.

2. 줄거리

의사, 초등학생, 노인,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한 여성은 미스터리 작가와 전직 형사 등이 멤버인 추리 집단 [연미회]에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수년 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아 공포와 불안의 나날을 보내는 그녀는 범인의 행방과 범행 동기를 밝혀낼 수 있을까. 과연 추리 전문가들의 가설과 새롭게 밝혀진 증거로 진실에 다다를 수 있을까.

3. 장점 1: 제목의 참뜻이 밝혀지는 순간의 압도적인 전율

이 소설이 가진 가장 독보적인 장점이자 핵심적인 성취는 단연 결말부에서 폭발하는 제목의 의미와 그로 인한 서스펜스에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독자는 제목인 《끝없는 살인》을 단순히 연속적인 범죄나 멈추지 않는 가해자의 악의 정도로 추측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할 때까지 진정한 의미의 복선을 교묘하게 은폐해 두었다가, 가장 극적인 순간에 그 진상을 폭발시킨다.

사건의 참모습과 함께 제목에 숨겨진 잔혹한 굴레와 비극이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 독자는 소름이 돋는 정서적 충격과 함께 완벽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이 압도적인 마무리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제목이라는 장치가 어떻게 결말의 반전과 결합하여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다.

4. 장점 2: 신본격 특유의 연쇄적 구조와 긴장감

또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신본격 미스터리 특유의 연쇄적인 사건 구조는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나의 사건이 단순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정황과 의문점을 낳으며 가지를 쳐나가는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모순점들과, 이를 통해 사건의 판도가 바뀌는 과정은 니시자와 야스히코 작가 특유의 정교한 기믹 구상 능력을 증명해 준다.

5. 아쉬운 점: 전문가들의 수준 이하 추리가 깨버린 다중추리의 쾌감

그러나 결말이 주는 강력한 전율과 신본격의 연쇄적 재미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허리를 담당하는 '다중추리 전개 과정'에서는 치명적인 한계와 아쉬움이 드러난다.

다중추리 장르가 독자에게 안겨주는 본질적인 묘미는 '언뜻 보기에 모순이 없고 완벽해 보이는 논리와 가설을, 또 다른 인물이 숨겨진 허점을 간파하여 정밀하게 깨부수는 뇌지컬 대결'에 있다. 각 인물이 내놓는 추리가 탄탄할수록, 이를 논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르적 쾌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건을 복기하고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모인 소위 '업계 전문가'라 불리는 인물들이 내놓는 추리의 수준이 지나치게 형편없고 허술하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인물들이 제시하는 가설들은 비논리적인 비약, 자의적인 정황 해석, 기초적인 오류로 가득 차 있다. 정교한 논리 대결을 기대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가설을 깨부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는커녕 허점투성이인 궤변을 들어주는 것에 그쳐 극의 몰입감을 현저히 저해당한다.

인물들의 추리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어 있다 보니, 이를 반박하고 다음 가설로 넘어가는 전개 역시 팽팽한 지적 긴장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헛바퀴를 도는 듯한 답답함을 안긴다. 다중추리의 핵심 엔진이라 할 수 있는 가설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결말부로 가는 여정이 다소 지루하고 평이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6. 총평: 지독한 결말을 향한 헐거운 여정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끝없는 살인》은 미스터리 소설이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반전과 제목의 비극성을 보유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몰려오는 서늘한 여운과 소름은 이 책을 읽은 시간을 결코 후회하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펼쳐지는 다중추리 과정에서, 전문가라는 설정에 미치지 못하는 허술한 논리와 수준 이하의 추리들이 서사의 텐션을 떨어뜨린 점은 뼈아픈 옥에 티다.

결국 이 작품은 완성도 높고 탄탄한 다중추리 배틀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니시자와 야스히코 특유의 독창적인 기믹과 결말 한 방의 강렬한 충격을 원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일독해 볼 만한 명암이 확실한 콘셉트 미스터리다.


한 줄 요약: 결말에서 제목 《끝없는 살인》의 진짜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의 전율은 압도적이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전문가들의 가설이 지나치게 허술하고 수준 이하하여 다중추리 특유의 몰입감과 지적 쾌감을 반감시킨 아쉬운 수작.

 

개인적인 평점

★★★★★★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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